[요즘][캠페인 레터_03] 함께 이런 경험을 하고 싶어요.

2022-11-30

안녕하세요, 청어람 김재원입니다. 병아리 간사라고 인사드린 것이 이제는 아득한 옛날로 느껴집니다. 이제야 1년을 조금 넘겼을 뿐인데 말이죠 🤣


이번 글에서는 도대체 청어람에 어떤 매력이 있어서 제가 함께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는지, 그간 함께 일하며 막내의 시선으로 본 청어람은 어떠했는지, 그런 청어람이 새로운 공간에서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기를 기대하는지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대부분 제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주관적인 견해지만 청년의 때를 살아가는 청년1의 목소리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어떤 젊은이였길래

‘요즘 애들’, ‘MZ 세대 사원’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만 하더라도 제가 근무하는 방식이나 ‘직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시니까요. 하지만 제가 더 많이 듣는 이야기는 저와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제 또래 친구들의 삶입니다. 생명 존중이라는 개인적/신앙적 가치를 붙잡고 살기 위해 직장 내에서 눈총을 받더라도 비건을 실천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타이틀을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일을 참아낼 수 없는 친구들, ‘원래 다 그런 거니 너도 그렇게 하라’는 폭력적인 방식에 편승할 수 없는 마음에 괴로워하는 친구들, 회사를 위해 일해도 끝은 정해져 있음을 부모님을 통해 지켜본 친구들,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조금이라도 개인의 이득을 위한 결정을 내리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친구들... 하지만 여전히 어른들이 보기엔, 견디지 못하고 버티지 못하는 나약한 초년생들.


제가 청어람에 들어오기 전에 늘 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그렇게 부단히 노력할까. 자신의 색채를 죽여가며 다양성이 아닌 획일성에 목숨을 걸까. 주류에 대한 동경과 비주류에 대한 혐오로, 그렇게 이분화된 사고방식으로만 살아가도록 설계된 걸까. 자기 자신도 부정해버린다면 그 안에 담긴 각자의 이야기에는 누가 관심을 기울여줄까.’ 그래서 저는 취업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다른 삶’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요. 그랬던 제가 왜 청어람을 선택하게 되었을까요?


📍 청어람이 어떤 곳이었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택배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데요. 물류 유통 과정을 버티기 위해 낭비되는 포장재나 완충재, 과도한 패키지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어딜 가나 그렇듯, 개인의 삶에서 지향할 수 있는 가치는 사회생활할 때 일정 부분 타협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청어람에 들어와서 적잖이 놀랐던 점은 방문 수령, 현장 구매 방식을 수용해 주신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도서를 구매하거나 인쇄를 맡길 일이 있을 때 방문 수령 방식을 선택하거나 현장 구매하는 것을 이해하고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근처 서점이라고 해도 꽤 걸어가야 하는 거리에 있는데, 근무시간을 방문 수령에 할애하도록 이해해 주는 건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거든요. 때론 점심시간에 인근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수령해오는 일도 있고요. 비건을 실천하겠다는 동료를 위해 매일 점심시간에 식당을 선별해서 가는 등 완벽하지는 않아도 동참하시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만, 백 마디 말보다 한두 번의 불편함을 함께 감수하려는 마음이 제게는 훨씬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제가 청어람에 지원할 때 썼던 자기소개서의 일부인데요. (너무나도) 부끄럽지만 일부를 공유합니다.


“인간을, 특히 청년을 경제활동에 대한 관점으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보통의 사람, 정상적인 인생 설계를 벗어난 삶은 가치가 없는, 실패한 인생일까요. 입에 담지 않아도 발화되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문장들이 사회 속에서 경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그런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방관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맨 처음 말씀드렸던 초년생 친구들이 겪는 불편함과 어려움이 바로 이 ‘입에 담지 않아도 발화되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뒤이어 말씀드린 청어람 스텝들의 행동 또한 제게는 문장과도 같았어요. 청어람에서 통용되는 문장이 다른 곳에서 경험했던 것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며, 이곳에서는 일을 해봐도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 청어람에서 발견하고 싶은 이야기

청어람이 담론을 만들고 기독교 생태계에 기여하는 역할은 사실 제게 너무 큰 이야기라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1년 넘게 근무하며 지켜본 청어람은 몇 가지 측면에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일할 수 있구나’,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대안적인 조직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희망이 될 때가 있습니다. 취준생이나 다양한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또래 친구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가 주입한 이상적인 삶의 양식을 따르지 않는 방법을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며 자기 자신을 발굴해 주는 곳에서 함께 일하는 곳이 세상에 존재하며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면 좋겠습니다. 청어람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요.ㅎㅎㅎ 더 많은 또래 친구들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며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청어람이 앞장서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다소 요란하더라도 본보기를 보여내고 싶고요.


무한 경쟁 사회에 던져진 또래 친구들이 해독되는 공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고립된 청년들에게 연결의 기회를 제공하고, 답습하는 사고체계를 분해하고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청어람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느낍니다. 2030 여성 청년 대화 모임인 <얘기하자매>를 진행하며 종종 ‘저만 그렇게 느끼는 줄 알았어요’ 하시는 분들을 만납니다. 아직도 연결이 필요한 영역이 많고, 공동체와 같이 느슨하게 이어지는 모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학생과 노년의 참가자가 함께하는 모임에서 소통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요. 청년과 청년을, 청년과 장년을 연결하는 장으로 청어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훌륭한 모델이 되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청어람에 들어오기 전에 몇 가지 프로그램을 청어람과 함께 해본 경험이 있는데요. 코로나 초기 진행했던 특별 포럼에 여성 청년 패널로 섭외를 해주셨고, 페미니즘 이슈 북클럽 튜터로도 몇 차례 제안을 해주셔서 열심히 기획하고 모임을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도 제게 청어람은 좋은 단체였기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청어람에 들어와서 보니 저는 청어람이 발굴한 인재가 되어 있더라고요! 저는 발굴되지 않아도 인재 그 자체인데 말이죠. 농담입니다.


한국교회 위기가 ‘코로나’ 때문일까? - 청년1로 발제하던 때입니다.


여성·청년의 눈으로 돌아본 코로나 시대의 한국 교회 - 청년 패널1로 함께하던 모습입니다.


‘보통의 삶’을 사는 것은 정말이지 굉장한 노력의 결과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보통의 삶 바깥에 있는 이들도 부단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규격에 맞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 이들에게 청어람 랩이 좋은 공간으로, 청어람이 좋은 기획자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면 어떨까요? 청어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여러 분야의 교차성 위에 서있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서 자신의 가치를 꽉 붙잡고 살아가는 분들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그런 분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공간, 청어람 랩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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