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068] 그곳은 어떤가요?

2022-08-10

그곳은 어떤가요?

🧘‍♀️까칠한 오지라퍼, 수경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낼 때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인사말로 주로 어떤 문장을 쓰나요?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모를 때는 날씨 이야기가 가장 만만하죠. “폭염에 어찌 지내시는지요?”라거나 “장마가 길어지고 있는데 잘 지내시나요?”처럼 말이죠. 줌으로 모임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어색할 때는 무조건 날씨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민이 생겼어요. 장마나 폭염 등 비교적 공통으로 경험하는 날씨 이야기는 괜찮은데 비나 눈 등 특정 지역에만 해당되는 현상을 말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이죠.


이런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제가 사는 지역이 ‘수도권’이기 때문입니다. 인적 자원과 인프라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일어난 일은 마치 전국에서 모두가 겪는 일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는 걸 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으로 비수도권 지역이나 해외에 살고 계신 분들을 자주 만나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비교적 ‘변두리’ 영역에 있다고 생각하던 저조차도 ‘서울 중심’ 사고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최근에는 질문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있는 곳은 오늘 더웠는데 여러분이 계신 곳은 어땠나요?”라고요. 그리고 종종 모니터 너머 상대방이 계신 곳을 상상해보곤 합니다.


월요일부터 쏟아진 폭우에 수도권은 그야말로 마비가 되었습니다. 느닷없는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잠기거나 쓸려나간 풍경을 보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빗소리에 가슴이 철렁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수도권이 물에 잠긴 동안 남부 지방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은 나라도 날씨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뉘고,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생사가 나뉘듯 우리는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어제 괜찮았다고 오늘도 괜찮을 거란 보장은 없”는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절을 어떻게 통과해야 할지 아직 적절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네요. 다만 나의 ‘괜찮음’이 누군가의 ‘위기’에 무지한 상태에 머물게 하는 것은 아닌지 시야를 넓혀 주변을 살피며 기후위기, 재난 불평등, 노동, 정치 등의 단어가 그저 무의미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꽉 붙들고 고민을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작은 나라에도 여러 날씨가 존재하듯 우리의 사정도 저마다 달라서 어떻게 안부를 물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만만한 말을 골라보았습니다. 계신 곳은 어떤가요? 괜찮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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