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어쩌면 지금이 신앙의 결정적 순간일지도 - 3월에 읽을 책 이야기

2023-03-21

“아빠 ‘경이롭다’가 뭐야?”
올해 열 살이 된 아들이 책을 보다가 자주 단어의 뜻을 묻습니다. 점점 어려운 단어를 물어서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오래전부터 긴장하며 기다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아빠 믿음이 뭐야? 구원이 뭐야?”

교회에서 자주 들으니 물어볼 법도 한데, 누가 설명을 잘 해줘서인지 자주 들어서 그냥 익숙하다 생각하는지 아직 직접 물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만약 지금 당장 이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혼자서 이리저리 생각해보곤 합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아이는 제게 묻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열 살인 지금 눈높이에서, 앞으로 열다섯, 스물이 되면 그때에 맞게 어떻게 잘 대답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할 것입니다. 사실 아이의 궁금증보다는 제가 궁금해서 저 스스로에게 계속 묻는 질문이거든요.


어느 정도 신앙생활을 한 사람에게 신앙의 언어들은 익숙한 모국어 같습니다. 죄, 믿음, 구원, 하나님, 사랑 이런 것들이 평소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한 단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생각하다가도 번뜩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예배 시간에 설교를 듣다가, 친구와 대화하다가, 가끔은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여러분도 그런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을 경험한 적 있나요?


저는 그런 질문의 순간이 신앙의 결정적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마커스 보그와 레이첼 헬드 에반스는 저에게 그런 질문의 순간을 주고, 신앙의 도약을 경험하게 해 준 사람들입니다.


마커스 보그는 진보적인 입장에서 역사적 예수를 연구한 예수 세미나의 학자로 유명합니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보그의 연구는 제가 크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그 후에 우연찮게 이 책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를 읽으면서 저는 마커스 보그가 던진 질문에 크게 한대 얻어맞았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뚜렷한 지적은 신앙이 일종의 언어와 같다는 통찰이었습니다. 마커스 보그는 오늘날 기독교의 신앙 언어가 '천국과 지옥' 프레임에 지나치게 집착(혹은 오염)한 나머지 그 풍성한 통찰과 설득력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를 쉽게 내다 버리지 말고, 그 본디 의미를 재구성해내자고 도전합니다. 그래서 그는 구원, 대속, 자비, 은총 등을 재해석할 뿐 아니라, 성서 낭독, 주의 기도, 신앙고백, 성찬 등 예배에서 사용하는 말 혹은 행위에 대해서도 재해석해 그 의미를 되살리려 시도합니다. 이 책뿐 아니라 마커스 보그의 <기독교의 심장>, <예수, 새로운 비전> 같은 책을 이어 읽으면서 저는 저의 신앙생활과 신학을 다시 숙고하며 그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었고, 신앙의 도약(혹은 확장)을 경험했습니다.


❝ 사려 깊게 이해한다면, 그리스도교 언어는 통찰력과 설득력을 지닌 강력한 언어다. 인간이 처한 상황에 대한 그리스도교 언어의 통찰은 우리네 삶에서 일어나는 경험들을 잘 조명해준다. 그리스도교 언어는 하느님, 그리고 전혀 다른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열망을 중심에 둔 생활양식과 대안적 비전을 가리킨다. 이 언어에는 힘이 있다. 많은 이에게 그리스도교 언어는 거룩한 성사, 은총의 통로, 하느님의 영이 우리에게 말하는 방식, 삶의 변화를 위한 매개였으며 여전히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언어가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 마커스 보그,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 중에서


마커스 보그가 신학자이자 선생님으로 큰 질문을 던지며 저에게 충격을 주었다면, 레이첼 헬드 에반스는 친구이자 동료로서 슬그머니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레이첼은 저와 나이가 같고, 단지 나이가 같을 뿐 아니라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신앙 배경에서 태어나 신앙에 푹 젖어 자라온 여정이 비슷합니다. <교회를 찾아서>를 보면서 저는 그녀와 제가 같은 신앙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또한 같은 고민과 방황을 겪어온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시, 성경으로>를 보면서는 비슷한 책을 읽으면서 거의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 <헤아려본 믿음>을 통해 결국 우리가 같은 질문을 통해 같은 ‘진화 과정’을 거친 같은 종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나는 가끔 내 작은 세계 - 나의 신학, 나의 전제, 나의 믿음, 심지어 나의 원칙까지도 - 가 거룩하고 초월적이신 하나님의 부서진 빛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화내고 원망하는 기도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적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이 아니라 내 작은 세계에 의문을 가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다.
우리 세대는 신앙은 정복되는 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는 것임을 어렵게 배우고 있다. 믿음은 옳은 사람이 되거나 안주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여정이며, 모든 세대는 각자 자신의 밑그림을 지도에 제공한다. 나는 이 여정에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앞서가시는 예수님을 붙들 수 있으리라.
- 레이첼 헬드 에반스, <헤아려 본 믿음> 중에서


마커스 보그와 레이첼 헬드 에반스 모두 신앙을 하나의 여정으로 봅니다. 이 여정은 마치 버스가 노선대로 이동하듯이 정확하고 안전한 길을 따라가는 ‘운행’이 아니라,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길을 잃어가며 ‘갈 바를 알지 못하는’ 중에도 끝없이 나아가는 ‘순례’를 의미합니다.

청어람은 질문하는 신앙인들과 함께 이 순례를 걸어 왔습니다. 오랫동안 가나안 성도를 이야기하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주체적 신앙을 이야기하고, 거룩한 신앙과 세속적인 일상의 경계를 모색하고자 이런저런 자리를 만든 것은 모두 이런 여정의 걸음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분들과 수많은 질문에 서로 답하며 신앙의 결정적 순간을 지나고 신앙의 도약과 확장을 경험했습니다. 3월에 함께 읽을 책으로 고른 두 권의 책은 그동안 청어람이 꾸준히 걸어온 여정과 같은 선상에 있는 책들입니다. 그 내용에 있어서가 아니라, 책을 읽고 이 책의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이 우리가 걸어야 할 여정이라 생각하며 함께 읽고 나눌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신앙의 결정적 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또 읽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는 5주간 진득하게 읽으면서 우리 신앙의 언어를 재구성해보려 합니다. <헤아려 본 믿음>은 함께 읽은 후 만나 공감한 부분을 나누고 남은 질문에 대해 서로 대화해보려 합니다. 특별히 번역자이신 김경아님도 함께 합니다. 이 책을 읽고, 고민하고, 나누며 신앙 여정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보실 분들을 초대합니다.


⛪️ 교회밖에 모르는 바보, 현철




함께 읽고 고민하고 나누는 북클럽


[세속성자 북클럽]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

• 3월 23일 ~ 4월 20일, 5주간 매주 목요일 저녁

• 온라인 줌 모임


[월간 세속성자 북클럽] 헤아려 본 믿음

• 3월 31일 금요일 저녁 8시 (1회)

• 온라인 줌 모임

• 초대 손님 : 김경아 (<헤아려 본 믿음>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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