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청어람과 함께 하는 사람들] 청소년들과 밥 먹는 작가, 오선화 후원자를 만났습니다!

2023-12-12
청어람 후원 명단을 보다 보면, 이런 분도 청어람을 후원하신다고 널리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차오를 때가 많습니다. ‘청소년들과 밥 먹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 오선화 님도 그중 한 분인데요. ‘청소년’과 ‘청어람’ 한 글자만 같고 전혀 다른 영역이라 생각했기에 오선화 님이 어떤 마음으로 청어람을 후원하고 계신지 그간 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최근 출간된 책 <살자클럽>과 함께 청어람 스텝들 힘내라고 홍삼액을 한 박스 들고 청어람랩을 방문해주신 오선화 님과 ‘수다클럽’을 열어봤습니다.



- 청어람(청) : 안녕하세요. 본인을 소개할 때 ‘청소년들과 밥 먹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청소년들과 밥 먹는 사람이라는 건 어떤 건가요?


오선화(오) : 쉽게 말하면 청소년 활동가인데요. 14년 전에 동네 청소년들과 치킨을 먹게 된 일을 계기로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SNS DM 등 다양한 창구로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저와 연결되었던 친구가 본인의 친구를 부탁하는 경우도 많고,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연락을 해오기도 하고요.


- 청 : 책도 여러 권 쓰신 걸로 알고 있어요. 에세이뿐 아니라 소설도 쓰셨죠. 최근 출간된 소설 <살자클럽>은 전작 <ㅈㅅㅋㄹ>과 함께 그간 활동하신 내용이 담겨있나요?


오 : 어쩔 수 없이, 당연하게도 제 활동 내용이 담겨 있어요. 이미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온전히 내 삶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글을 쓰면서 깨달았던 것 같아요. <ㅈㅅㅋㄹ>은 ‘자살클럽’이라는 뜻이에요. 아이들에게 살아주어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그렇게 쓰게 되었어요. <살자클럽>은 <ㅈㅅㅋㄹ> 쓸 때부터 연작으로 기획했던 책이고요. <살자클럽>은 최대한 수학능력 시험(수능) 일정에 맞춰서 출간하려고 노력했어요. 요즘 제 마음을 가장 사로잡는 일이 수능이거든요. 어느새 청소년 자살 예방 활동을 하며 계속 위로해주는 강사가 되어버린 덕에 수능 전후로 아주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시험을 망쳤다’고 하지 않고 ‘망했다’고 하거든요. 시험 때문에 인생이 망했다. 이번 생은 망했다. 이생망. 그렇지 않다는 걸 빨리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저를 온통 사로잡고 있어요.

 

- 청 : 청소년들과 소통하는데 비결이 있나요?


오 : (청소년을) 궁금해하시면 좋겠어요. 사랑하면 상대방이 궁금하잖아요. 제가 만나는 애들도 4년동안 제가 뭐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다가 뒤늦게 “쌤 혹시 작가예요?”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청소년들을 외계인처럼, 치우쳐져있는 사람들처럼 생각하지 마시고 많이 물어보시면 좋곘어요. 물어보면 되게 좋아하거든요. “세븐틴이 뭐야?” 물어보면 얼마나 신나서 이야기하는데요. 

그런 걸 알려주고 싶어서 부모님들을 대상으로도 강의를 하고 있어요. 제가 청소년들에게 “살아주어 고맙다”고 하는데 그 말이 좋은가 봐요. 그런데 부모님에게 “엄마도 내가 살아있어 고맙지?” 그러면 “지랄 말고 공부해” 이렇게 된다고. (웃음) 이런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어른들한테도 이 아이들이 살아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가 방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라는 책을 쓰고 부모 연수를 다니게 되었죠.


- 청 : 말씀해주신 내용들을 들어보니 활동하고 계신 부분은 종교 영역이나 기독교 영역이 아닌데, 청어람이랑 인연이 닿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 : 우선 제가 개신교인이기 때문에 분리될 수 없는 지점이 있기도 하고요. 마음이 가는 강의가 있어서 보니 단체 이름이 기독교 단체 이름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단체가 있구나” 했는데 그때 강의가 되게 좋았어요.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신앙이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강의였거든요. 그 후로 청어람에 대해서 여러모로 찾아보게 되었어요.


- 청 : 그렇다면 청어람에 후원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청어람은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하지도 않고, 사실 청소년과 조금 더 동떨어진 곳에 있는 단체라고 느껴지는데요.


오 : 제가 이루고 싶은 정의를 청소년들에게 투영하였지만, 만약 제가 개신교와 연대하는 활동을 하게 되었다면 이렇게 하고 싶다는 그림을 그려보게 되잖아요.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같으면 다른 활동을 하더라도 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어쨌든 예수님은 변하지 않는 거니까. 예수님의 마음으로 활동하는 청어람도 그런 단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을 만날 때 경제 사정부터 종교, 정체성까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 하나 공부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다양한 단체들의 활동을 보면서 이쪽은 이런 일을 대신 해주고 계셔서 감사하고, 저쪽은 또 저렇게 해주고 계셔서 감사하고 그렇더라고요. 청어람도 이런 일들을 해주셔서 항상 고마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 청 : 오랜 시간 후원을 해주시면서 변화하는 청어람을 모두 지켜봐주셨는데요. (예를 들면 처음 청어람을 만나셨을 때는 대형강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대부분 책모임을 통해 작은 소그룹으로 깊은 나눔을 하는 쪽으로 바뀌었죠. 다루는 주제들도 조금 더 구체적인 키워드를 정했고요)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적응하는 청어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오 : 저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나는 청소년들이 다 다른 상황이지만 제게 온 한 영혼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느껴지거든요. 청어람도 시대의 흐름을 고민하면서 변화했지만 본질이 바뀌었다기보다 방법이 바뀐 거잖아요.


청소년과 함께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이 자라서 살아갈 사회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 사회에 건강한 단체가 있지 않다면, 중심을 지켜주시는 분들이 있지 않다면, 아이들이 자란다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사회에서 아이들이 어떤 건강한 단체를 찾을 때 제가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단체가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거든요. 제가 평생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걸음마다 함께할 수 있는 단체들에 후원을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만나는 아이들이 모두 다 개신교인이 되지는 않겠지만, 청어람은 꼭 존재해주시면 좋겠어요. 작은 힘들이 모이길 바라며 연대의 마음으로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 청 : 후원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후원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셨던 순간들이 있으셨을까요?


오 : 청어람에서 강의를 해주시는 분들 중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좋은 강의를 해주시는 분들을 모시잖아요. 제가 교회에 강사로 요청을 받을 때마다 신학을 했는지, 어느 교회 집사인지 확인받는 과정에서 개신교가 많이 닫혀있다는 인상을 받아요. 개신교 영역에서 좋은 강의를 열기 어렵다는 뜻일 수도 있죠. 그래서 청어람이 가능성이 되어주신다고 생각해요. 명함으로 알아볼 수 없는 진가를 발굴하여 대중들과 연결시켜준다는 점에서요. 청어람에서 박정은 수녀님과 함께하는 피정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요.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니 이야기들이 서로에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안전한 공간에서 저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정체성을 내려두고 ‘오선화'로 참여할 수 있던 것도 좋았고요. 서로 어떤 개인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각자 그때의 나눔을 하는 것이, 그 가려진데서 나오는 자유함이 쉼이 되어서 참 좋았거든요. 후원자는 청어람 프로그램에서 할인도 받을 수 있으니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 청 : 청소년과 함께 밥을 먹는 일에 있어서 청어람 같은 단체가 존재해 주는 것도 의미가 있고 뜻깊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러면 그 청소년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할 때 청어람이 어떤 단체로 활동을 하고 있으면 좋을까요? 청어람에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 : 실제로 저번에 한 친구를 청어람이 하는 강의에 보낸 적이 있어요. 제가 처음 청소년들과 밥을 먹은게 14년 정도 전이니까, 처음 만난 친구들이 이제 30대가 됐거든요. 아이들이 자랐을 때, “이 단체는 너무 좋아. 후원해봐. 강의 들어봐.”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한 단체면 좋겠어요. 사실 청어람은 지금도 그런 단체이지만요. 계속 있어주시면 좋겠고, 늘 열심히 해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너무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본질은 잃지 않고 시대적인 고민도 함께해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이제 청년이 되는 친구들 중에도 세속성자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세속성자를 위한 프로그램들도 꾸준히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요. 

- 청 : 청어람 후원을 망설이고 계신 분들에게 청어람을 추천한다면?


오 : 한번 직접 강의도 들어보시고,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보시면 좋겠어요. 책도 제목만 보고 안 읽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청어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보다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후원을 결정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청소년들도 외적인 부분만 보고 판단받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염색하고 액세서리 좀 달면 공부와 거리가 먼 학생으로 본다던가 하는 경향이요. 한 단체를 후원할 때도 맥락을 파악하고 살펴보고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 아이만, 내 가정만 좋은 사회는 존재할 수 없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나아갈 사회와 세상을 위해, 종교를 위해 기꺼이 실천해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청 : 마지막 질문인데요, 오선화 님에게 청어람은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오 : 제게 청어람은 ‘사려 깊은 연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대라는 것도 잘못하면 팔을 너무 잡아당겨서 팔이 빠질 것 같은 경우를 너무 많이 보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그래서 밥을 먹였고, 조금 있으니 우리 동네에 왜 이렇게 배고픈 아이들이 많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계속 다음 문제들이 떠올랐어요. 치료가 필요하면 병원에 연결해야 하고, 관련 기관에 연결해주기 위해 적절한 곳을 찾고 그런 일들도 있었고요. 청어람도 그럴 것 같아요. 만드시는 프로그램들이나 발행하시는 글을 보면서 세심한 부분까지 애쓰고 계시는구나, 하면서 사려 깊은 연대의 활동을 이어가고 계시는구나 그런 생각들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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