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OOO을 기다려요!
🧘♀️까칠한 오지라퍼, 수경

여러분은 특별히 기다려지는 날이 있나요? 저는 요즘 매주 목요일을 기다린답니다. 목요일 아침이면 ‘발견하는 글쓰기 – 합평반’ 글동무들의 글이 올라오기 때문이죠.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편의 에세이를 쓰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걸 해내는 분들이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모임을 마치고 덜컥 고백을 해버렸습니다. “저 요즘 매주 목요일이 너무 기다려져요.”
목요일뿐 아니라 지난 4주 동안은 매주 토요일도 기다려졌습니다. 토요일 오전에는 ‘발견하는 글쓰기 - 시작이반’ 온라인 모임이 있었거든요. 한 주에 한 편의 에세이를 써야 하는 합평반과는 달리 시작이반은 한 달 동안 매일 주어진 주제에 따라 짧은 글을 쓰며 글쓰기 근력을 키웠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 많이들 어려워하셨지만, 저는 매일 올라오는 글을 읽는 기쁨이 제법 컸습니다.
청어람에서 일한 지 11년째인데 아직도 청어람은 제게 흥미로운 곳입니다. 이 주제를 누가 좋아할까, 몇 명이나 오실까, 아 어떻게 진행하지? 이번 모임은 망했네 ㅠㅠ 이 맛에 청어람 하지! 등등 이런 희로애락을 늘 경험하는 곳이죠. '희'와 '락'의 시절보다는 '로'와 '애'의 경우가 많긴 하지만 말이죠. 그런데 저는 왜 11년째 이곳에서 모임을 계속 궁리하고 있는 걸까요? 거룩한 사명감? 시대적 요청? 관성때문에? 이게 ’일‘이라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작고 연약한 조직이 어느 만큼 뭘 할 수 있을지 때로는 막막하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기획하는 순간이 참 좋습니다. 실패할지라도 타협하지 않는 고집, 좁은 길이라도 기어이 가보는 호기심, 무심해 보이지만 사실 예민한 감각이 저를 여전히 이곳에 있게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때문입니다. 모임에 참여하다 보면, 이렇게 열심히 읽고 깊이 생각하고 치열하게 사는 분들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존경심이 생기곤 합니다. 또한 인생의 어느 한 때 청어람에서 강의 듣고 모임 했던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고마워하는 분들을 우연히 만난 날에는 보약을 먹은 것처럼 힘이 납니다. 모임에 가지는 못해도 뉴스레터는 꼭 챙겨보며 청어람에서 소개하는 책은 꼭 사서 읽고 주목하는 주제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는 피드백은 또 얼마나 사람을 설레게 하는지요. 청어람의 가장 자랑스러운 자산은 저희와 함께 해주시는 사람입니다.
한껏 보람과 자랑을 늘어놨지만, 여전히 막막하긴 합니다. 낡아지거나 시시해지거나 뻔해지지 않고, 우리는 무엇을 잘할 수 있고, 무엇을 더 해야 하지? 라는 질문을 더듬이 삼아 경로를 탐색하는 일은 꽤 에너지가 들고 긴장이 되기 때문이죠. 대표가 된 이후에는 '이번 달 생존'이라는 과제가 생각보다 무겁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건 '존재 이유'입니다. 나는 왜 - 여전히 존재하는가? 이런 고민을 끌어안고 지난주에 워크숍을 다녀왔더랬습니다. 꽉 짜인 일정을 피해서 가느라 야반도주하듯 목요일 밤에 출발하여 오랜만에 하늘과 바다를 실컷 보고, 만나고 싶었던 이들이 사주신 회랑 매운탕도 배불리 먹고 교제하며 충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원래 청어람 워크숍은 아침 먹고 회의, 점심 먹고 회의, 밤에도 회의, 수다를 가장한 회의… 하다 오는 걸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우리의 비전과 방향성을 점검하는 것 외에는 잘 먹고 쉬었습니다. 그 결과 김재원 간사로부터 “완벽한 워크숍”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으하하하 🥳
이렇게 충전했으니 앞으로도 잘 달려보겠습니다. 9월부터 이어질 모임에는 또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하며, 고민하며 내놓은 주제가 보다 여러분을 비롯하여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방법을 고민하며, 힘을 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보람된 일상 보내시길, 가끔 청어람 모임에서 뵙길 소망합니다.
자랑 덧붙임 ㅡ 얼마 전 고3 학생이 청어람이 궁금하다며 찾아왔는데요. 청어람은 어떤 이미지인지 물었다가 이런 대답을 듣고야 말았습니다. “청어람은 참 젊은 단체 같아요. 파릇파릇하달까요?” 세상 파릇파릇한 이가 건네는 말에 중년 실무자들은 큰 격려를 받았다고 합니다. 파릇파릇한 하루 보내세요. 🌱

저는 요즘 OOO을 기다려요!
🧘♀️까칠한 오지라퍼, 수경
여러분은 특별히 기다려지는 날이 있나요? 저는 요즘 매주 목요일을 기다린답니다. 목요일 아침이면 ‘발견하는 글쓰기 – 합평반’ 글동무들의 글이 올라오기 때문이죠.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편의 에세이를 쓰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걸 해내는 분들이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모임을 마치고 덜컥 고백을 해버렸습니다. “저 요즘 매주 목요일이 너무 기다려져요.”
목요일뿐 아니라 지난 4주 동안은 매주 토요일도 기다려졌습니다. 토요일 오전에는 ‘발견하는 글쓰기 - 시작이반’ 온라인 모임이 있었거든요. 한 주에 한 편의 에세이를 써야 하는 합평반과는 달리 시작이반은 한 달 동안 매일 주어진 주제에 따라 짧은 글을 쓰며 글쓰기 근력을 키웠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 많이들 어려워하셨지만, 저는 매일 올라오는 글을 읽는 기쁨이 제법 컸습니다.
청어람에서 일한 지 11년째인데 아직도 청어람은 제게 흥미로운 곳입니다. 이 주제를 누가 좋아할까, 몇 명이나 오실까, 아 어떻게 진행하지? 이번 모임은 망했네 ㅠㅠ 이 맛에 청어람 하지! 등등 이런 희로애락을 늘 경험하는 곳이죠. '희'와 '락'의 시절보다는 '로'와 '애'의 경우가 많긴 하지만 말이죠. 그런데 저는 왜 11년째 이곳에서 모임을 계속 궁리하고 있는 걸까요? 거룩한 사명감? 시대적 요청? 관성때문에? 이게 ’일‘이라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작고 연약한 조직이 어느 만큼 뭘 할 수 있을지 때로는 막막하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기획하는 순간이 참 좋습니다. 실패할지라도 타협하지 않는 고집, 좁은 길이라도 기어이 가보는 호기심, 무심해 보이지만 사실 예민한 감각이 저를 여전히 이곳에 있게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때문입니다. 모임에 참여하다 보면, 이렇게 열심히 읽고 깊이 생각하고 치열하게 사는 분들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존경심이 생기곤 합니다. 또한 인생의 어느 한 때 청어람에서 강의 듣고 모임 했던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고마워하는 분들을 우연히 만난 날에는 보약을 먹은 것처럼 힘이 납니다. 모임에 가지는 못해도 뉴스레터는 꼭 챙겨보며 청어람에서 소개하는 책은 꼭 사서 읽고 주목하는 주제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는 피드백은 또 얼마나 사람을 설레게 하는지요. 청어람의 가장 자랑스러운 자산은 저희와 함께 해주시는 사람입니다.
한껏 보람과 자랑을 늘어놨지만, 여전히 막막하긴 합니다. 낡아지거나 시시해지거나 뻔해지지 않고, 우리는 무엇을 잘할 수 있고, 무엇을 더 해야 하지? 라는 질문을 더듬이 삼아 경로를 탐색하는 일은 꽤 에너지가 들고 긴장이 되기 때문이죠. 대표가 된 이후에는 '이번 달 생존'이라는 과제가 생각보다 무겁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건 '존재 이유'입니다. 나는 왜 - 여전히 존재하는가? 이런 고민을 끌어안고 지난주에 워크숍을 다녀왔더랬습니다. 꽉 짜인 일정을 피해서 가느라 야반도주하듯 목요일 밤에 출발하여 오랜만에 하늘과 바다를 실컷 보고, 만나고 싶었던 이들이 사주신 회랑 매운탕도 배불리 먹고 교제하며 충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원래 청어람 워크숍은 아침 먹고 회의, 점심 먹고 회의, 밤에도 회의, 수다를 가장한 회의… 하다 오는 걸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우리의 비전과 방향성을 점검하는 것 외에는 잘 먹고 쉬었습니다. 그 결과 김재원 간사로부터 “완벽한 워크숍”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으하하하 🥳
이렇게 충전했으니 앞으로도 잘 달려보겠습니다. 9월부터 이어질 모임에는 또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하며, 고민하며 내놓은 주제가 보다 여러분을 비롯하여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방법을 고민하며, 힘을 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보람된 일상 보내시길, 가끔 청어람 모임에서 뵙길 소망합니다.
자랑 덧붙임 ㅡ 얼마 전 고3 학생이 청어람이 궁금하다며 찾아왔는데요. 청어람은 어떤 이미지인지 물었다가 이런 대답을 듣고야 말았습니다. “청어람은 참 젊은 단체 같아요. 파릇파릇하달까요?” 세상 파릇파릇한 이가 건네는 말에 중년 실무자들은 큰 격려를 받았다고 합니다. 파릇파릇한 하루 보내세요. 🌱